계(癸)수 딸
계수 큰 딸은 어릴때 기토인 저랑 너무 닮아서 성격도 저랑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성장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달라지는 아이로 인해 갈등도 겪었더랬습니다.
의외성 - 중학교때 대구로 이사를 왔습니다. 학교에서 친구도 없을 때 학교 일진 아이와 복도에서 어깨를 부딪히는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일진 아이가 '***아, 열받게 저리 꺼져! **아'라고 엄청난 욕설을 했답니다. 그때 제 딸은 '어디로?'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너무 황당하고 당황했던지 일진 아이도 '뭐, 이런게 다 있어?'라며 그냥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합니다.
운동도 잘 못하고 여린 아이가 너무 당돌한 행동을 해서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랑받고자 하는 힘 - 큰 딸이기도 하고 애교많은 성격도 아니어서 아무래도 애교 많은 둘째 딸에 비해 감정표현도 서툽니다. 그래서 큰 딸은 이름으로 부르고 좀 더 사무적인 말투를 많이 쓰고, 둘째 딸에게는 별명으로 부르고 '우쭈쭈'해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성인이 된 어느 날 엄마 품에 자꾸 안기려고 하고, 애교를 부리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도 사랑받고 싶은데 왜 둘째에게만 다정하게 대해주냐고 묻더군요. 자기는 별명도 안 붙여주고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지도 않는다면서 너무 너무 섭섭했다고 하더라구요. 논리적으로 따지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둘째에 비해 농담도 쉽게 하기 힘들었는데 섭섭했다는 속마음을 이야기 했다는 것을 듣고 아이를 잘 몰랐었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 대한 열망 - 정말 책을 많이 읽습니다. 분야도 가리지 않고 읽습니다. 동생이랑 지방의 작은 서점에 놀러갔다가 서점의 사장님이랑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장님이 '책에 대한 이야기로는 날 이기기 힘들걸요?'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서 서점 사장을 이겨보겠다고 자기가 읽은 제목도 알기 힘든 무명작가들의 책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답니다. 결국에는 서점 사장님이 웃으면서 '그 책들은 나도 잘 모르겠다'라고 이야기 하셨고, 큰 아이는 그게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 해주더군요. 알려진 작가의 책을 위주로 읽는 저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경(庚)금 딸
경금 막내 딸은 갑목인 엄마랑 꼭 닮아서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면들이 많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확 달라지더군요.
약속을 지키는 힘 - 대학을 입학하고 나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말 빵집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딱 하루 하고 와서는 힘들다고 징징대더군요. 오래 못가겠다 생각했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급하게 저에게 빙수를 하나 사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습니다. 왜 그러냐고 하니까 자기가 주문을 잘 못 넣어서 주문도 없는 빙수를 만들어 버렸답니다. 그래서 아빠가 사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드시 한 달이 못되어 그만두겠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10개월이 넘도록 단 한 번도 결근하지 않고 주말마다 출근을 합니다. 심지어는 사장님은 물론이고 손님들이 일을 너무 잘한다고 단골이 되어서 빵집 매상도 올랐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냐고 물었더니 일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준다는 생각으로 일한답니다.
공과 사의 구분 - 아이의 대학교에서 창업아이디어 공모전이 있었습니다. 과 친구들과 도전을 했는데 함께 한 아이들 중 한 남학생이 너무 마음에 안든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말로만 다하고, 함께 하는 친구들에게 마치 자기가 리더인 것처럼 지시만 했답니다. 모두들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도전 모임이 와해될 뻔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끝까지 진행을 했고 저희 아이가 발표를 맡아 프레젠테이션을 무사히 마쳤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우수상 수상으로 꽤 많은 상금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저희 아이는 그 애랑은 절대 프로젝트를 다시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연락을 끊어버리더군요. 평소 친구들과 명랑하게 잘 지내고 애교도 많은 아이였던지라 칼 같은 모습에 역시 많이 놀랬었습니다.
한번 결정한 것을 바꾸지 않음 - 아이들과 쇼핑을 한 번씩 갑니다. 그때마다 두 아이의 특징이 확실히 나타나는데 큰 녀석은 마음에 드는 옷이나 물건이 있어도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 느끼면 다른 아이템으로 구매를 합니다. 항상 말은 안하지만 아빠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둘째는 한번 정하면 끝입니다. 비슷한 물건이 세일을 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처음 정한 것만 삽니다. 이쁘지만 부담스러운 녀석입니다 ㅎㅎ.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이렇게 가족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서술을 해보니 지난 시절 겪었던 아내와 아이들과의 여러가지 일들이 많은 부분에서 다시 한 번 이해가 되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싶은 면들도 이제사 개안이 된 듯이 그럴 수 있었겠다로 생각이 바뀌니 재미도 있지만 공부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진중해집니다.
사주명리에 대한 공부를 통해 사람들의 성향과 이를 통한 해석에 대한 깊이가 생긴다면 주변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알고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의 차이는 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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