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소재, '사주'라는 재료로 그리는 '그림'이 나의 인생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좋아해서 여러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림에는 그들의 생각과 그들의 마음과 그들의 생활이 묻어있습니다.
그림을 보다 보면 나도 꼭 저런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넘쳐나는 핑계들이 나를 막아섭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꼭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야 그림은 아니잖아.
흔히들 말하듯 나는 나의 인생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잖아.'
그래도 쉽지 않았지만 밑그림은 완성을 했고, 완성을 위해 색칠을 하는 중입니다.
나의 그림은 맑고 은은한 색깔의 수화를 그리고 싶어 했는데, 거친 질감의 유화의 느낌입니다.
왜, 나의 그림은 내가 원하는 대로 그려지지 않은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나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는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세상에 발을 내딛을 때부터 나만이 가지고 있는 나의 고유한 성향과 잠재력들이
나의 팔레트 위에 놓인 나의 재료들입니다.
나의 내향성이 부드러운 파스텔이라면,
나의 안정욕구가 건조가 느리고 오래 보존되는 유화물감이고,
내향적 성격을 외향적 성격으로 바꾸려는 노력과 시도는 섬세한 붓이 아닌 서툴지만 직접적인 나이프와 맨 손이 도구로 쓰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주를 공부하기 이전에는 내 인생의 그림의 재료가 살아가면서 쌓아가는 지식과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주를 공부하면서부터는 내 인생의 그림의 재료가 태어나면서 주어진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재료를 이용해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더 많은 활용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재료의 이해와 사주의 이해
같은 팔레트에 놓인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집니다.
재료를 흩뿌릴 건지, 뭉쳐서 덕지덕지 붙일건지, 붓으로 곱게 펴서 그릴 것인지 그림을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는 화가가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나에게 주어진 나의 사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그림이 그려질겁니다.
처음 사주를 공부할 때는 사람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정해진 운명같은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자기계발을 통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굳게 믿고 있던 나에게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답답함으로 다가왔었습니다.
공부를 이어가면서는 사주가 운명을 결정짓는 족쇄가 아니라, 각각의 색을 섞어 다른 색을 만들 수 있듯이 나만의 색을 찾고 조화롭게 배치할 수 있는 안내서와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재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원하는 색과 질감을 만들어 갈 수 있듯이, 내 안에 잠재된 색들을 발견하고, 부족한 색은 다른 경험과 노력을 통해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면서는 남아있는 나의 그림의 여백은 좀 더 멋지게 완성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결국 내 그림은 내가 그린다.
화가가 어떤 소재로, 어떤 분위기의 그림을 그릴 것인지를 정해가듯이
내 인생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나는 내 인생의 화가로서 너무나 중요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사주라는 재료를 어떻게 쓸지는 결국 나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다시금 상기해 봅니다.
다른 이들은 가지고 있고,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 부럽기도 하고 내가 약해보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그 부족함점들도 나의 그림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부족하기에 때로는 거친 붓질이, 때로는 다른 재료들과의 혼합을 통한 미묘한 색의 변화로 그림을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내 인생을 한 폭의 그림으로 바라봅니다.
거칠기도 하지만,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는 따스함도 보입니다.
이제 나는 사주라는 재료를 이해하고, 나라는 화가를 사랑하며, 매일 조금씩 새롭게 그림을 완성해 나갑니다.
완벽한 그림은 없지만, 나만의 색과 선,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기에 무엇보다 소중한 나의 그림을 완성해 나갑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내가 그리는 이 그림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단 하나의 작품이 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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